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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NAND 플래시 사업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 사업부는 분기마다 적자를 기록하며 '문제 사업'으로 낙인찍혀 있었습니다. 2023년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약 7조 원대에 달했으며, 당시 반도체 업계 전체가 수요 급락으로 고통받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2024년부터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I 서버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기술 혁신이 겹치면서, NAND 사업은 수익성 사업으로 급반전했고, 2026년 영업이익 전망은 13조 원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NAND 판가의 구조적 상승
NAND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주도하는 첫 번째 요인은 제품 가격의 상승입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NAND 웨이퍼 판매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2026년 들어서면 eSSD(기업용 SSD)와 UFS 같은 주요 모듈 제품의 가격까지 분기 대비 25-3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AI 칩 생산을 위해 클린룸 시설을 HBM(고대역폭 메모리) 증산에 집중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NAND 설비 확충 여력이 자연스럽게 제한되고, 공급 부족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체 자본지출 중 NAND에 배분하는 비중이 10% 초반대 수준으로, 업계 평균 대비 훨씬 낮은 상황입니다.

321단 NAND의 기술 우위
수익성 개선의 두 번째 요인은 기술 혁신입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300단 이상의 NAND를 양산한 기업이며, 2024년 10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 321단 QLC NAND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21단 4D NAND는 이전 세대인 238단 대비 생산성이 59% 향상됩니다. 같은 웨이퍼에서 훨씬 더 많은 저장용량을 뽑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원가 절감으로 직결됩니다. 동일한 설비로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판가 상승까지 더해지면 마진율이 폭발적으로 개선되는 구조입니다.
기술 지표 321단 NAND 성능 개선
| 데이터 전송 속도 | 12% 향상 |
| 읽기 성능 | 13% 향상 |
| 전력 효율 | 10% 이상 개선 |
| 생산성 (238단 대비) | 59% 향상 |
QLC 기술은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어 대용량에 특히 유리합니다. 이는 AI 서버용 초고용량 eSSD의 핵심 부품이 되면서, 단순한 저장 장치를 넘어 AI 연산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 부품으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현재 290단을 양산 중이고 400단 이상의 제품을 준비 중인 상황으로, SK하이닉스가 기술 격차에서 앞서있는 상태입니다.

AI 서버의 KV 캐시 저장 수요
NAND 플래시의 수요 급증 배경에는 생성형 AI의 진화가 있습니다. 특히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이 확산되면서, AI 모델이 처리해야 할 중간 데이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RAG는 AI가 답변을 생성하기 전에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AI가 유지해야 할 데이터(KV 캐시)의 양이 매우 커집니다. 과거에는 모델이 기억해야 할 정보가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저장해야 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NAND 기반의 고용량 eSSD가 필수 부품이 되었습니다.
NAND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저장 매체로서, 방대한 중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하면서도 빠르게 꺼내 쓸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AI 서비스의 확산과 고도화가 곧 NAND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2026년 수익 전망의 현실성
증권사들의 2026년 NAND 사업 영업이익 전망이 단기간에 급상향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3개월 전 3.5조 원 전망에서 13조 원대로 상향된 것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이미 체감되는 수요 변화와 제품 판가 상승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2024년 1분기 SK하이닉스의 NAND 평균판매단가는 직전 분기 대비 74% 증가했으며,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이 성공했음을 의미합니다. 출하량은 일시적으로 조정되었지만, 분기별 수익성 개선으로 보면 향후 매 분기 12조 원에서 20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리스크 요소와 경쟁 구도
물론 이 긍정적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AI 수요의 지속성입니다. 현재의 높은 성장률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둘째는 경쟁사의 기술 추격입니다. 삼성전자가 400단급 고층 NAND를 출시하면서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전 산업적으로 AI 관련 설비 투자가 포화되면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AI 서버 시장의 확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의 기술 우위와 공급 제약으로 인한 가격 지지는 중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때 '아픈 손가락'이라 불리던 NAND 사업이 AI 시대의 필수 부품으로 재편성되는 과정 자체가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이 전환기에서 기술과 가격의 우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익성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